강노을은 시즌2에 들어서 새롭게 추가된 인물입니다. 첫 등장은 시즌2 2화에서 본인이 일하는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다 경비원 선생님께 걸리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를 보면 거주할 만한 집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보이며, 어떻게 어렵게 구했을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비참한 상황에 처한 인물처럼 묘사됩니다.
제대로 된 식사도 못하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고요. 술은 언제나 달고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약통까지 보이는데, 이게 수면제인지, 정신 안정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약에 의존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어 도저히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가 않습니다.
차 안에 간이 옷장까지 만들어놓아서 완전히 이 좁은 차 안이 노을의 집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노을의 차 안을 비추면서, 화면은 사진 한장을 보여주는데, 바로 노을의 가족 사진입니다. 이 사진을 통해 강노을이란 인물이, 시즌1 강새벽이란 인물과 마찬가지로 모종의 이유로 가족을 북한에 두고 오게 된 탈북자임이 확실해지고요. 게다가 사진 속 복장을 통해, 군인 출신이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런 안타까운 삶을 사는 탈북자이지만, 현실은 냉혹합니다. 경비원 아저씨는 가차 없었습니다. 단호하게 또 한 번 걸리면 윗선에 보고한다고 하면서 경고하고 떠나버리죠. 이 장면을 통해서도 노을이란 인물이 처한 상황이 어떤지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탈북의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분명 북쪽에서의 삶이 매우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노을도 어떤 희망을 품고 남쪽으로 넘어온 것일텐데요. 그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쪽에서의 삶도 개인적으로 보기에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한 삶처럼 보입니다. 아주 개탄스러운 삶이죠.
이런 노을의 비참한 인생에 대한 묘사는 작품이 전개됨에 따라 더욱 구체화되는데요. 다음에서는 노을이 놀이공원 내 퍼레이드 행사 중 토끼 인형탈을 쓰고 근무하는 장면입니다. 노을은 보호자가 곁에 없어, 쓸쓸해보이는 어린 아이에게 큰 막대 사탕을 선물해주는데요. 이에 기뻐한 아이가 노을에게, 보답으로 작고 소중한 그림을 선물하러 근무자분들의 대기실로 찾아옵니다. 선물만 하고 훈훈하게 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럴리 없죠. 아이는 그림 선물을 하면서 노을의 손목 상처에 대해 묻지만, 노을은 황급히 손을 빼 가려버립니다.
거의 무조건 반사적인 모습으로요. 노을의 손목 상처가 탈북 과정에서 나온 상처인지, 극단적 선택을 하다 나온 상처인지, 어쩌다 생기게 된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건 이 인물의 인생이 전혀 평탄하지 않았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나 하던 찰나 아이가 대기실에 찾아왔단 것을 모르던 돼지탈 근무자에 의해 다행인지 불행인지 분위기는 급반전을 맞게 됩니다. 그래도 때마침 등장한 아이 아버지에 의해 사태는 수습되고요.
아시겠지만 이 아버지가 후에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되는 246번 박경석입니다. 노을과 박경석에 대한 구체적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해보도록 하고요, 일단 이 장면에서 노을은 박경석 아이인 나연이의 사정을 우연히 듣게 됩니다. 나연이 혈액암을 앓고 있고, 골수 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이 순간 노을은 깊은 생각에 잠기는 듯 합니다. 여기서 노을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확인하게 되는 장면이 이후 나오게 되는데요.
시즌1에서 새벽이 찾아갔던 똑같은 '브로커'에게 노을 역시 찾아가면서 이 생각에 대해 조금은 짐작할 수 있게 됩니다. 브로커와의 대화에서 노을은 탈북하는 과정에서 북에 자신의 어린 아이를 놔두고 왔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심지어 자신의 상관을 쏘고 왔다는 사실까지 확인되죠. 노을은 자신의 비참한 생활은 둘째치고, 북에 놔두고 온 자신의 아이를 찾기 위해 거금의 돈을 몇 번씩이나 브로커에게 전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자신의 아이를 찾을 수 없었고, 브로커의 대화나 지금까지의 정황상 아이가 무사한 상태라고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나연을 보며, 노을은 자신의 아이를 떠올렸던 것일 겁니다. 나연이가 노을 입장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투영되는 대상인 것이죠. 생사 확인이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이 속에서도 노을은 아주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삶을 지속하는 인물임이 밝혀진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람 입장에서도 노을이란 인물이 북한에서 탈북 과정에서 상관까지 쏘고 탈북한 '반동분자'라고 한다면 그 가족이 무사하리란 보장은 더더욱 없어보입니다.
북한은 연좌제가 아직 적나라하게 남아 있는 나라이니까요. 남편의 경우는 노을과 탈북을 시도했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북에 아이와 함께 남아있다면 이 역시 긍정적인 상황으로 흘러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쨌든 오징어 게임 속에서 노을은 홀로 대한민국으로 넘어와 가족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은 여생을 살아가는 듯한 절망적이고 비참한 인물로 묘사됩니다.
이에 대해 바로 다음 장면에서 오징어게임 명함을 받게 되는데요. 이외로 노을은 마치 올게 왔구나 하는 식으로 명함을 받습니다. 명함 전달자에게 너 누구냐고, 내 이름 어떻게 아냐고, 이게 뭐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마치 이게 뭔지 아는 듯한 뉘앙스입니다. 오징어게임의 전개에 따라 더 밝혀진 내용이지만, 노을은 이전에 병정으로서 게임에 참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죠. 이후, 게임 참가를 결정한 듯, 2년 이상 꽤 오랫동안 일한 놀이공원도 그만두기로 결정합니다. 이 와중에 나연이 응급실에 실려가는 모습과 경석이 딸에게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또 생각에 잠기죠. 이후 나연의 떨어진 모자를 주워, 나연이 입원한 병원을 찾아가 모자를 돌려줍니다. 여기서도 노을은 자신의 손을 나연의 손에 맞닿게 해보면서 나연에게 자신의 아이를 투영시키는 듯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픽업 장소로 가서 다시 한 번 오징어게임의 진행을 준비합니다.
이후 오징어게임의 대명사가 된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노을이 탈락자들을 저격하고 있었음이 드러납니다. 뛰어난 사격실력에, 양안사격까지 하는 모습으로 보아 군인 시절, 일반 병사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 진행 도중 노을은 여기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박경석이죠. 몇 번이나 박경석을 살펴보더니, 게임이 마무리된 후 돌아와서 이에 대해 또 여러 생각을 하는 모습이 묘사됩니다.
더 살펴보면 노을의 저격 중 특이점이 있었는데, 불법장기매매를 위해 의도적으로 살려 놓은 탈락자들을 확인사살 시킨다는 점이었죠. 이 점으로 인해 부대장실에 호출됩니다. 불법장기매매를 주도하고 있는 부대장 눈에는 아니꼽게 보였던 것이죠. 그리고 여기서 노을과 부대장의 관계, 노을의 과거에 대해서 잠시 알아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노을이 가진 생각도 조금은 엿볼 수 있죠. 노을은 7년 전, 탈북에 성공했고 그 이후 이 부대장을 만나 오징어게임의 병정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이며, 이 게임에서 자신의 일은 '아무런 삶의 희망이 없는 사람들을 고통없이 편히 쉬게 해주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여기 왔다면서 오히려 부대장을 쏘아붙이죠.
이후에도 노을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매우 충실하게 해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분노한 다른 병정들에 의해 제압당하기까지 하죠. 자신들의 일을 방해하지 말라는 경고 섞인 협박까지 받게 되어 이 곳에서의 삶도 그리 평탄하게 흘러가는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 이후 둥글게둥글게 게임에서 의도적인 탈락자 살리기에 묵인합니다.
일단 여기까지가 작중 '노을'의 행적인데요.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러한 작중행적을 바탕으로 이 인물에 대해 보다 더 깊은 분석을 진행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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